中 '값비싼' 결혼의 대가… 이혼도 어려워
"재작년 큰아들이 결혼했는데 예물 마련에 19만8천 위안(약 3천468만원)을 썼다. 또 살림집 마련에 70만 위안(1억2천만원) 이상이 들었다. 기타 장신구와 잔치 비용은 별도다. 여기저기서 돈도 많이 빌렸다."
올해 42세인 왕씨는 비싼 결혼 예물의 '희생자'다. 왕씨 집안의 경제 사정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장가를 가면서 그간 힘들게 모아둔 돈이 한순간에 바닥났다.
중국은 주로 예비 신랑 측이 신부 측에 금품이나 예물을 보낸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예물 비용이 몇만 위안에서 십 몇만 위안, 심지어는 100만 위안(1억7천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말한 왕씨의 사례처럼 높은 예물 비용은 예비 신랑 측 집안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예물을 받는 신부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고향을 떠나 현재 도시에서 거주 중인 직장인 여성 A씨는 고향에서 하는 소개팅을 일종의 '매매'라고 표현했다. 마치 예물에 팔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혼인부터 예물까지 어른들이 마음대로 결정해버린다며 결혼 당사자임에도 예물에 관해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아들과 딸 두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딸을 먼저 시집보내면서 받은 예물을 아들을 장가보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된다. 딸에게 원하지 않는 상대와의 결혼을 억지로 강요하는 상황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올해 28세인 샤오리(小麗)는 최근 고향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하마터면 팔려갈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에 내려가자마자 아버지가 맞선을 주선했다"며 "상대와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결혼 이야기가 오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아직까지도 그때의 두려움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사회학자는 필요 이상으로 높은 예물 비용에 대해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신부 측 부모의 보상심리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워온 딸을 시집보내면서 그에 합당한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체면치레를 하고 싶어하는 심리다. 예물 비용이 높을수록 남자 쪽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예비 신부의 행복은 간과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신부 측에서 예물을 받지 않을 순 없을까? 이 역시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예물을 얼마나 받았는지가 '사랑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물을 받지 않은 여성은 시댁에서 무시당할 수도 있다.
값비싼 예물 비용이 야기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이혼의 어려움이다.
남자 쪽은 자신이 들인 '매몰 비용' 때문에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아도 이혼을 말하지 않는다. 여성에게도 이혼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이혼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가는 남자의 돈만 가로채고 이혼했다며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고학력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여성의 학력 상승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또 예물을 받았기 때문에 대를 잇고 시댁의 어르신을 모시는 것 모두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 여성 개인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경우다.
중국의 한 지방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이 일이 한 가정의 집안일로만 치부돼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중국 충칭=신화통신) 우옌샤 야오쯔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