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세계는 선과 악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착한 영웅이 있고, 그를 괴롭히는 건 반드시 못된 악당이다. 일제강점기를 이야기할 때면, 그래서 조심스럽다. 이분법의 단순명료한 세상을 살던 아이에게 당시의 복잡미묘한 정세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우리 중에 악당이 있었고, 그들 중에 영웅도 있었다는 걸 아이는 이해할 수 있을까. 3·1절을 앞두고 정동길을 찾은 건 그와 같은 이유에서다.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의 정동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선의 우월함이 아니라 악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